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가계부 앱으로 한 달 분석해보니 눈에 안 보이던 새는 돈 5가지

by 경제기사 2025. 7. 4.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늘 어딘가에 새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도, 그 ‘어딘가’를 정확히 집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심코 지나치는 소액 결제, 편리함을 좇은 선택, 당연하게 유지해온 습관들 속에 그 이유가 있을 거란 짐작은 했지만, 막상 숫자로 보기 전에는 체감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달엔 처음으로 가계부 앱을 사용해 하루하루의 지출을 모두 기록해봤고, 그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명확하고, 의외의 지점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가계부 앱으로 한 달 분석해보니 눈에 안 보이던 새는 돈 5가지

 

커피 한 잔은 사소한 기쁨일까, 반복되는 지출일까

하루에 한두 잔 마시는 커피가 문제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일상 속 작은 여유이자 리듬처럼 여겨지는 소비였고, 어쩌면 정신적 안정감의 일부였다. 하지만 한 달 치 지출 내역을 확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카페/간식’ 항목에 쌓여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아침 출근길에 들른 카페, 점심 후 자동처럼 주문한 배달 커피,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마신 음료까지. 개별로는 작아 보였던 결제들이 모이니 13만 원이 넘는 금액이 나왔다. 단순히 커피값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매번 ‘이 정도야’라는 생각으로 결제했고, 그것이 반복되며 금액은 체감 없이 늘어났던 것이다. 이 경험은 소비라는 행위가 단발적인 욕구가 아니라, 습관의 누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이후로는 무조건 참기보다 일주일 중 이틀은 직접 내린 커피를 챙기고, 주말 카페는 한 번만 가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줄이기 시작했다. 지출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흐름을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통제감이 생겼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의 밀도도 달라졌다.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니라 그 돈이 어떻게, 왜 나갔는지를 제대로 마주보는 일이었다.

 

자동결제의 그림자, 무의식의 구독료

지출 목록 중 가장 놀라웠던 건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한 정기 결제들이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스트리밍 서비스, 한때 열심히 보던 전자책 앱, 지금은 로그인조차 하지 않는 클라우드 저장소까지. 모두 자동이체로 연결되어 있었고, 별생각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월 단위로는 9,000원, 13,000원처럼 작게 느껴지지만, 총합은 5만 원이 넘었다. 사용하지 않지만 끊지 않은 구독이 쌓이고, 그것이 매달 반복되는 것은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방치된 지출’이었다. 이 부분은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런 지출은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절대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부 앱에선 고정 지출 항목으로 분류되지만, 체감 상으론 전혀 지출이라는 감각이 없었다. 그래서 원칙을 정했다. 최근 두 달간 사용하지 않은 정기결제는 모두 해지하고, 꼭 유지해야 하는 서비스는 알람을 설정해 사용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일정 금액 이상 자동이체가 걸리는 서비스는 재구독 전 재검토를 기본으로 두었고, 불필요한 ‘카드 실적 맞추기’도 지양하기로 했다. 정기결제라는 이름 아래 묻혀 있던 지출은 사실 내 재정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었다. 필요하지 않은 건 끊고, 필요한 건 더 뚜렷하게 쓰는 것. 이런 작은 정리가 쌓이면서 내 지출 구조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편리함에 물든 비용, 배달앱 속 숨어 있는 지출

요즘은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보다 배달로 해결하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특히 바쁜 날엔 식당에 가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몇 번 누르는 게 더 익숙했고, 그 편리함이 작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계부 앱은 그 ‘사소한’ 편리함이 얼마나 큰 지출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음식값 자체보다 더 눈에 띈 건 배달비, 포장비,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한 추가 주문 등이었다. 한 달 동안 12번의 배달 주문이 있었고, 그중 6번은 혼자 먹는 식사였다. 배달비만 따로 합산해도 3만 원이 넘었고, 불필요한 사이드 메뉴를 더한 비용까지 합치면 약 6만 원 가까이 지출한 셈이었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매번 ‘이번만’이라는 이유로 주문했고, 그 반복이 결국 구조적인 낭비로 이어졌던 것이다. 특히 혼자 먹는 식사에서 발생한 지출이 가장 컸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를 남겼다. 이후엔 배달앱 사용을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줄이고, 배달비가 과도하게 붙는 주문은 직접 사러 가는 방식을 택했다. 조금 번거롭지만, 그 대신 식비가 눈에 띄게 줄었고, 식사에 대한 만족도도 오히려 높아졌다. 결국 배달앱이 문제라기보다, 그 속에서 반복되는 무의식적 소비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제는 편리함을 선택하더라도 그 대가가 얼마인지는 알고 선택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가계부 앱은 단순히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흘러가는 돈의 흐름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눈에 잘 보이지 않던 지출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나면, 비로소 소비에 대한 자각과 변화가 시작된다. 돈을 아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디에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임을 이번 한 달이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