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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책방지기가 더 유명한 서점들

by nangdream 2025. 6. 23.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지만, 어떤 서점은 책보다 사람에게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책방지기’라는 존재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닌, 서점이라는 공간의 영혼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책보다 책방지기가 더 유명해진, 그래서 더 특별한 세 곳의 서점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책보다 책방지기가 더 유명한 서점들

 

‘이토이 시게사토’의 수필이 살아 있는 공간 도쿄의 다카기 북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독립 서점 다카기 북스는 한 남자의 이름과 철학으로 유명해진 공간입니다. 그 남자는 바로 일본의 유명 수필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이토이 시게사토. 원래 그는 서점 주인은 아니었지만, 그의 오랜 동료이자 다카기 북스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다카기 씨가 이토이의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해내며 이 서점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서점은 첫인상부터 매우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번화한 거리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 손글씨로 적힌 외관, 그리고 커다란 간판 없이 운영되는 모습은 마치 비밀스러운 문학 클럽 같기도 하죠. 그런데 안으로 들어서면 그 조용함 속에서 오히려 강한 개성이 느껴집니다. 책장의 큐레이션은 시류와 유행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대신 운영자의 오랜 경험과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 서점에서는 ‘누가 썼는가’보다 ‘이 문장이 어떻게 남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특히 이토이 시게사토의 수필, 칼럼, 그리고 호보니치 다이어리로 익숙한 그만의 문장감은 이곳을 관통하는 하나의 미학으로 작용합니다. 책방 안에는 그의 문장들을 따온 작은 엽서와 손글씨 메모가 벽에 붙어 있고, 일부 책에는 책방지기의 사적인 코멘트가 함께 꽂혀 있습니다. 이 책은 울고 나서 읽어야 한다, 여름의 기운이 이 안에 담겨 있다 같은 문장은 독자가 책을 다르게 읽게 만듭니다. 책방지기의 감성과 철학이 책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공간, 다카기 북스는 독립 서점의 본질이 ‘사람의 흔적’이라는 점을 뚜렷이 보여주는 예입니다.

 

독립 출판계의 아이콘, ‘유어마인드’의 최성우 대표 이야기

한국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유어마인드는 독립출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서점입니다. 그런데 이 서점이 유명해진 진짜 이유는, 책 그 자체보다도 그 책을 들여오고 직접 만들고, 때로는 서점이라는 공간에 대해 고민을 확장해온 최성우 대표라는 사람 때문입니다. 유어마인드는 2012년 문을 연 이후로 꾸준히 독립출판물 중심의 큐레이션을 유지하며, ‘정체성 있는 책방’의 모범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잡지, 소규모 에세이, 사진집, 디자인북 등이 주를 이루며, 책의 배치 방식조차 기성의 룰을 따르지 않습니다. 책은 종종 주제 대신 감정으로 분류되고, 일관성보다는 의외성을 추구합니다.

최 대표는 서점 운영뿐 아니라 직접 책을 만들기도 하며, 출판과 공간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를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책을 잘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오래 붙잡기 위해 큐레이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유어마인드에는 늘 ‘지금 당장 잘 팔릴 책’이 아니라 ‘지금 이 마음에 필요한 책’이 꽂혀 있습니다.

서점의 또 다른 특징은 운영자와의 거리입니다. 유어마인드는 때로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조용하고 고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도는 섬세하고 따뜻합니다. 최 대표는 사람들 앞에 자주 나서진 않지만, 그가 꾸려온 책장과 공간의 분위기 자체가 이미 수많은 대화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책보다 책방지기의 철학과 시선이 더 오랫동안 머무는 서점. 유어마인드는 독립출판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삶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책방지기 자체가 콘텐츠가 된 파리의 전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 서점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서점이 지금처럼 상징적인 공간이 되기까지, 잊을 수 없는 책방지기가 존재합니다. 바로 조지 휘트먼. 그는 단지 이 공간을 운영한 사람이 아니라, 책과 사람, 문학과 공동체를 엮은 기획자이자 행동가였습니다. 조지 휘트먼은 1951년 이 서점을 열었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책과 잠자리를 교환한다’는 정책이었죠. 이 서점에는 톨스토이 베드라 불리는 간이 침대가 구석구석 숨겨져 있고, 전 세계에서 온 젊은 예술가들은 이 침대에서 며칠간 머물며 책방을 도우는 대신 잠자리를 제공받습니다. 그는 항상 이 서점은 상점이 아니라, 문학의 사회주의 실험이라고 말했습니다. 책을 사고파는 상업 공간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고 머무는 자유로운 사유의 장으로 서점을 재정의했던 것이죠. 조지 휘트먼의 카리스마, 엉뚱함, 철학은 수많은 여행자의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결국 ‘책방지기 자체가 하나의 신화’가 된 공간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그의 딸인 실비 휘트먼이 그 정신을 이어 운영하고 있으며, 카페 공간과 출판 프로그램, 낭독회 등을 통해 여전히 살아 있는 문학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방문자들은 종종 책보다 조지 휘트먼의 일화나 손글씨 문장, 서점 벽에 붙은 그 흔적들에 더 큰 감동을 받곤 합니다. 책방지기가 주인공이 된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결국 우리가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의 흔적과 철학을 사러 가는 곳임을 일깨워줍니다.


책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떤 서점은 책보다 책방지기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고, 그 사람의 감각이 책보다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책방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결국, 그 공간에 ‘누가 있는가’라는 사실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