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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80만원, 보험료 15만원. 고정지출이 소득의 70%인 삶

by 경제기사 2025. 7. 3.

사회 초년생으로 살아가는 요즘, 가장 크게 다가오는 건 ‘돈이 남지 않는다’는 현실입니다. 특히 고정지출이 월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삶에서는 절약도, 저축도, 여유도 쉽지 않죠. 이 글에서는 월세와 보험료를 포함한 고정지출이 소득의 70%를 넘는 상황 속에서의 일상, 감정, 그리고 조금씩 바꿔나간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월세 80만원, 보험료 15만원. 고정지출이 소득의 70%인 삶

월급날이 두려운 이유. 빠져나가는 돈의 흐름

매달 25일,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는 순간은 기쁜 동시에 막막합니다. 세후 월급 200만 원 중 80만 원이 월세, 15만 원이 보험료로 빠져나가면, 이미 전체 소득의 절반이 넘는 돈이 사라진 셈이죠. 여기에 교통비, 핸드폰 요금, 각종 구독 서비스, 공과금까지 포함하면 고정지출만 140만원!   전체소득의 약75%가 사용됩니다. 이 정도면 ‘고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항목들이 내 삶 전체를 조여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처음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독립했으니 당연한 거지’, ‘보험도 미래를 위한 투자잖아’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어요. 하지만 한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죠. 문제는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 달에 50만 원으로 식비, 여가비, 의류비, 비상금까지 모두 해결하려니 숨이 턱 막힙니다. 결국은 소비를 억제하거나, 가족에게 의지하거나, 혹은 빚을 내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더군요. 심리적으로도 영향이 큽니다.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조바심이 들고, 친구의 카페 한 잔 초대에도 마음 한편이 불편해집니다. ‘내가 이 정도도 여유가 없나’ 싶은 자책감이 쌓이기도 하고요. 고정지출의 비중이 너무 높다 보면 삶 자체가 조여드는 기분을 매일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당장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이사엔 목돈이 들고, 보험은 해지하면 손해가 큽니다. 결국 이 삶을 당분간은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 속에서, 작은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가 됩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구조를 점검하다

고정지출이 소득 대부분을 차지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처음엔 ‘내가 돈을 못 모으는 건 습관 탓’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문제가 더 컸습니다. 통장 내역을 정리해보니, 내가 어떻게든 아껴봤자 월세와 보험료가 모든 여유를 막고 있었죠. 먼저 월세. 80만 원의 월세는 1인 가구가 감당하기에 부담이 컸습니다. 위치도 중심지였고, 집 내부도 쾌적했지만,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수입으로는 ‘과분한 선택’이었어요. 한 달에 20만 원씩 저축을 더 할 수 있는 집으로 옮기면, 1년에 240만 원이 생기는 셈이죠. 그래서 저는 결국 올 하반기에 집을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교통이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살 수 있는 집’이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음은 보험. 총 15만 원은 의료실비와 종신보험, 암 특약, 운전자보험 등이 섞여 있었고, 대부분은 부모님이 권유해 가입한 것들이었어요.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니 중복 보장, 불필요한 고액 특약, 가입 목적이 불명확한 종신보험까지 있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부 해지하고, 필요한 실비와 암 보험만 남겨 8만 원 정도로 조정했습니다. 처음엔 ‘해지하면 손해’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유지했을 때의 장기 손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런 구조 조정을 통해 현재 제 고정지출은 약 120만 원으로 줄었고, 고정비 비율은 약 6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 작은 변화가 가져다준 심리적 여유는 단순한 숫자 이상이었습니다.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면  삶도 달라진다

고정지출이 소득의 70%를 차지하던 시기엔,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래를 위한 준비와 현재의 즐거움 사이에서 갈등했죠. 책 한 권, 옷 한 벌, 심지어는 친구와의 식사도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했고, 여유 있는 일상은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바꾼 후, 월 20~30만 원 정도의 가용 자금이 생기고 나서부터 삶의 감도가 바뀌었습니다. 그 돈으로 모두를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사고, 자기계발을 하고, 친구에게 밥 한 끼를 살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죠. 내가 나를 돌볼 수 있다는 감각,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돈이 단순히 ‘더 벌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쓰던 걸 줄여서 생긴 여유였기에 더 값졌고, 허투루 쓰지 않게 되더군요. 불필요한 소비에 더 민감해졌고, ‘이 돈은 내가 구조를 바꿔서 번 시간이다’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만족감도 높아졌습니다. 사실, 큰 수입보다 중요한 건 수입을 설계하는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월세를 조금 줄이고, 보험을 점검하고, 매달 나가는 지출 흐름을 ‘내가 만든다’는 감각만으로도 삶의 주도권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저는 비로소 ‘월급날이 기다려지는 삶’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득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적은 돈조차 스스로 다룰 수 없다는 무기력이었습니다. 고정지출이 많은 삶 속에서도 구조를 점검하고, 작은 선택을 바꾸는 것만으로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여유도, 결국은 내가 움직일 때 만들어진다는 걸 기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