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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서점에서 책 사기: 언어 장벽, 결제, 배송 팁 정리

by nangdream 2025. 7. 3.

여행지의 골목을 걷다 문득 들어선 작은 독립 서점. 그곳의 공기, 향, 진열된 책들은 이방인에게조차 이상하게도 따뜻한 환영을 건넨다.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하고 손에 쥐었을 때, 머릿속엔 설렘과 함께 실질적인 걱정도 따라온다. 언어가 다르고, 결제 방식이 다르고, 이 책을 과연 집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그 작고 복잡한 물음들에 실제 경험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답을 적어본다.

 

독립 서점에서 책 사기: 언어 장벽, 결제, 배송 팁 정리

언어 장벽을 넘는 법: 말보다 마음, 그리고 준비

독립 서점의 주인들은 보통 책과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어가 항상 통하는 건 아니다. 유럽의 작은 도시나 일본 골목 어귀의 책방은 현지어로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럴 때는 먼저 내가 너무 긴장하지 않아야 한다. 간단한 인사와 기본적인 구매 표현 몇 가지, 그리고 필요할 때 번역 앱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여유가 중요하다. 사실 책 제목이나 작가 이름은 언어가 달라도 거의 비슷하게 발음되기 때문에, 표지 이미지를 미리 저장하거나 휴대폰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영어판이 있나요?'나 '이 책을 한국으로 보낼 수 있나요?' 정도의 문장만 익혀도 대화는 시작된다. 만약 책을 고르는 데 오래 걸릴 것 같다면, 먼저 책을 훑으며 묵묵히 시간을 보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찾은 뒤 천천히 의사를 표현하면 된다. 언어가 달라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묘한 교감이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책을 향한 진심과 예의를 담은 태도다.

 

결제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준비된 카드와 약간의 현금

독립 서점에서는 결제 수단이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특히 일본이나 독일은 여전히 현금 사용이 많은 나라이고, 작은 책방일수록 카드 단말기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여행 중 책방을 돌아다닐 계획이라면 소액이라도 현금을 늘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도쿄나 파리처럼 관광객이 많은 도시의 서점들은 비자나 마스터카드 정도는 대부분 받지만, 아멕스나 체크카드는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어 카드 선택도 고려해야 한다. 결제를 하기 전 살짝 주변에 카드 단말기가 보이는지 확인하거나, 카운터에 카드 브랜드 로고가 붙어 있는지 보는 것도 좋은 팁이다. 일부 서점은 교통카드로도 결제가 되지만, 그건 일본처럼 시스템이 일상화된 지역에 한정된 이야기다. 아무리 작고 낡은 서점이라도 정성스럽게 책을 팔고 있는 곳이라면, “Receipt please”라는 말 한마디에 영수증도 정중하게 건네준다. 혹시나의 상황에 대비해 결제 내역은 꼭 확인하고, 세금 환급이 가능한 금액 이상을 구매한 경우엔 택스프리 가능 여부도 가볍게 물어보면 뜻밖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카드 한 장, 현금 몇 장, 그 준비만으로도 구매 경험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책을 들고 갈 수 없다면: 배송이라는 또 다른 방법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여행 중 가방에 책 몇 권을 더 넣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부피와 무게, 파손 걱정까지 고려하면 차라리 한국으로 배송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독립 서점이 국제 배송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는 고객 요청에 따라 EMS 등 국제 우편을 통해 보내주기도 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한정판 서적이나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라면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배송이 어려운 곳이라면, 근처 우체국을 찾아가 직접 보내는 방법도 있다. ‘Printed Matter’로 분류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으로 보낼 수 있으며, 우체국 직원이 포장까지 도와주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경우 SAL이라는 저렴한 항공우편 옵션이 있고, 유럽도 국가별로 경제형 국제 우편이 존재한다. 이런 우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 후 근처 우체국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혹은 현지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서점 주소로 배송한 뒤 한국으로 다시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번거롭고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예 현지에 장기 체류하거나 희귀 서적을 수집하는 경우에만 적합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책을 옷 사이에 잘 포장해 짐 속에 넣는 것인데, 이럴 땐 반드시 책 모서리를 보호하고 방수 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 단단히 포장된 책을 캐리어에서 꺼내 다시 손에 쥘 때, 그 무게는 단순한 종이의 무게가 아니다. 시간과 경험이 함께 눌러 담긴 기억이 된다.


해외 독립 서점에서의 책 구매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여행의 진짜 기념이 된다. 언어, 결제, 배송이라는 세 가지 문턱은 조금의 준비만으로 충분히 넘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책 한 권은 오랜 시간 곁에 남아, 그 골목길의 공기와 서점의 분위기까지 함께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