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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인기 있는 일본 독립 서점은 정말 좋을까?

by nangdream 2025. 6. 24.

요즘 SNS에서는 일본의 예쁜 독립 서점 사진이 자주 보입니다. 정갈한 인테리어, 감성적인 조명, 포토존처럼 보이는 책장까지 실제로 가보고 싶어지는 비주얼이죠. 하지만 그런 서점들이 진짜 좋은 서점일까요? 오늘은 직접 발로 찾아가본 몇 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SNS 인기와 실제 만족도 사이의 거리를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SNS에서 인기 있는 일본 독립 서점은 정말 좋을까?

 

SNS 속 서점은 공간이 전부일까? 기대감과 첫인상의 간극

SNS에서 자주 접하는 일본 독립 서점의 이미지들은 주로 인테리어와 구도가 뛰어난 사진들입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책장, 감성적인 천장 조명, 아기자기한 소품,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따뜻한 색감의 이미지들. 이런 비주얼은 ‘저기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만듭니다. 특히 일본 특유의 미니멀한 미학과 여백의 미가 잘 드러난 서점들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장소’가 되곤 하죠. 그중 한 곳이 도쿄의 ‘문고하우스 롯폰기’였습니다. SNS에는 이곳의 넓은 천장, 라운지 소파, 커피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매혹적으로 소개되어 있었고, 저도 그런 기대를 안고 방문했습니다. 실제로 문고하우스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서점’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일반 서점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 구성은 분명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의 큐레이션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생각보다 책장의 구성은 ‘전시’에 가깝고, 책의 개성이 아니라 공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진열된 느낌이었습니다. 책은 많았지만, 나에게 말을 거는 책은 적었다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방문객 상당수가 사진을 찍고 금방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과연 ‘책을 위한 공간’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공간이 주는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책을 고르고 펼칠 수 있는 물리적, 감각적 여유는 서점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죠.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공간만큼이나 책이 중심이 되는 서점을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SNS 인기 서점들은 때로는 피상적인 매력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짜 ‘좋은 서점’이란 무엇인가?  큐레이션의 밀도와 존재감


SNS에서 뜨는 서점들의 공통점은 보기에 예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점은 단순한 인테리어 공간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 진정한 매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책방지기의 큐레이션이 얼마나 정성스럽고 철학적인지를 중심으로 서점을 평가하게 됩니다. 가령 교토의 가가쿠도는 SNS상에서는 조용한 감성 서점으로 종종 언급되지만, 직접 가보면 그 이상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북카페형 공간이 아니라, 책을 큐레이션하는 방식이 매우 고유하고 철학적입니다. 책은 감정별로 분류되고, 책방지기의 손글씨 태그가 붙어 있으며, 어떤 책장은 ‘소리’라는 주제만으로도 20여 권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간보다는 책의 숨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집니다. 반면 SNS에서 유명한 일부 서점은 책보다 공간이 우선되어 있습니다. 책이 ‘배경 소품’처럼 진열된 곳은 금세 들통납니다. 책장 사이에 마음이 머물 자리가 없고, 큐레이션이 ‘유행하는 키워드’ 중심으로 짜여 있을 경우, 실제 독서 경험은 깊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서점은 처음 방문할 때는 감탄하지만,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서점은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곳입니다. 그 이유는 단지 편안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나를 붙잡는 문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들은 무심코 펼쳤다가 마음을 빼앗기고, 어떤 서가는 나도 몰랐던 내 관심사를 건드려주죠. 그런 발견이 있는 서점이야말로, SNS에 잘 보이진 않아도 진짜로 기억에 남는 서점입니다.

 

SNS 인기 서점이 가진 또 다른 가능성 입구로서의 역할

그렇다고 해서 SNS에서 인기 있는 일본 서점들이 모두 피상적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서점들이 책을 잘 읽지 않던 사람들에게 ‘입구’가 되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긍정적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B&B 서점’이나 나카메구로의 ‘CLASKA Bookstore’ 등은 SNS를 통해 처음 알려졌지만, 그 이후 방문객들의 자발적 후기와 탐색으로 더 깊이 있는 콘텐츠들이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B&B 서점은 책이 있는 바라는 콘셉트로, 밤에도 운영되는 독특한 형태의 북카페 서점입니다. 이곳은 책방지기의 강연이나 북토크, 작가 낭독회 같은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며, 책이라는 매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 가는 실험적인 공간입니다. SNS에는 주로 예쁜 조명과 와인잔이 있는 감성적인 사진이 올라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문화를 중심으로 한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SNS의 시선은 피상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관심의 첫 단추’가 되어줄 수도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행객들이 SNS를 보고 서점에 들렀다가, 의외의 책 한 권에 꽂혀서 독서를 시작하게 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독립 서점들은 이러한 흐름을 의식해, 입구는 트렌디하게 구성하되 서가 깊숙한 곳에는 진심 어린 책을 진열하는 이중 구조를 갖추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서점이 단지 인기 있는 장소인지, 머물고 나왔을 때 나를 조금 바꿔놓는 장소인지일 겁니다. 그래서 SNS에서 본 모습은 ‘겉모습’일 뿐, 진짜 좋은 서점은 그 안에 들어갔을 때 시작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SNS는 서점을 예쁘게 보여줄 수는 있어도, 진짜 좋은 서점이 되게 하진 못합니다. 책을 중심에 둔 공간만이 결국 우리 마음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사진보다 느림이 있는 서점, 그런 공간을 더 자주 만나길 바랍니다.